책벌레와 패션 피플, 몽땅 다 품에 안은 가방
키워드는 ‘실용적인 멋쟁이’입니다. 소지품을 몽땅 집어넣고, 시선은 멀리 두고, 무심하게 ‘아이 돈 케어’ 표정을 장착하세요. 그렇게 홀가분한 발걸음을 옮기는 겁니다.
손바닥만 한 가방엔 지갑, 핸드폰, 립밤만 해도 벌써 한 짐입니다. 하루는 길고, 챙길 건 많은데 말이죠. 여차하면 가방을 메고도 두 손, 두 팔로 짐을 들게 생겼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토트백이죠. 그 넉넉한 매력이 이미 다양한 스타일의 셀럽들에게 가닿았군요. 책 없이 외출하지 않는 제이콥 엘로디와 카이아 거버 같은 책벌레도, 벨라 하디드와 켄달 제너 같은 패션 피플도 모두 이 가방을 선택했거든요. 확실히 주렁주렁, 아슬아슬, 조마조마 같은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모양새죠!
토트백이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모두의 가방’이라는 건, 걸출한 브랜드를 한 바퀴만 둘러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선택지가 정말 다양하거든요. 셀린느의 Y2K 감성 ‘러기지 팬텀 백’, 디올의 ‘북 토트’, 마크 제이콥스의 ‘더 토트 백’까지! 발렌티노 가라바니 토트도 놓칠 수 없습니다. 넉넉한 품과 세련된 메탈 장식으로 비토리아 체레티, 벨라 하디드, 콜맨 도밍고를 사로잡았죠.
소재도 무궁무진합니다. 보테가 베네타처럼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짠 가죽, 미우미우의 크로셰와 캔버스, 로에베의 여름용 라피아까지 다양하죠. 여기에 이니셜 자수, 컬러 태슬, 오버사이즈 손잡이 등 디테일을 더하면 토트백의 변신은 끝이 없습니다.
많은 패션 아이템이 그러했듯 토트백도 처음엔 실용적인 이유로 탄생했습니다. 바로 1677년 버지니아에서요. ‘Tote(운반하다)’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무거운 물건을 옮기기 위한 도구였죠. 손잡이가 달린 주머니 모양이었습니다. 17세기 내내 농가에서 온갖 짐을 옮기는 데 사용했고, 이런 쓰임새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말에 토트백은 혁신처럼 일상에 등장하는데요. 아웃도어 브랜드 엘엘빈(L.L.Bean)이 선보인 얼음과 장비를 나르는 가방 ‘보트 앤 토트(Boat and Tote)’가 그 주인공입니다. 700ml 캔버스로 제작해 가벼우면서도 최대 약 226kg까지 버틸 수 있었죠.
토트백이 패션계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건 1970년대부터입니다. 롱샴의 ‘르 플리아쥬’는 실용성과 스타일을 갖춘 모양새로 오늘날 ‘올드 머니’ 스타일의 상징이 됐죠.
1980년대에는 뉴욕 서점 스트랜드(Strand)가 로고를 새긴 캔버스 토트를 선보이며, 토트백은 지적인 문화인의 상징이 됐습니다(네, 안나 수이가 2024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인 그 서점 맞습니다!).
이렇게 투박한 듯 시크한 멋을 지닌 토트백은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발렌시아가는 이케아의 파란 비닐 장바구니 ‘프락타’를 고급 가죽 버전으로 재해석해 소비문화에 대한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졌죠. 아냐 힌드마치는 2007년 ‘I’m Not a Plastic Bag’이라 새겨진 캔버스 백을 출시하며 일회용 봉투 대신 쓸 수 있는 에코 백 개념을 내놓았습니다. 2024년에는 프랑스 하원에서 지급하던 가죽 서류 가방을 로고가 박힌 무표백 면 토트로 교체했죠.
이제 토트백은 취향, 라이프스타일, 가치관까지 널리 알릴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스스럼없이 골라보세요. 오늘 일정이 어떻든, 어떤 옷차림이든 간에요. 토트백이 당신의 하루를 훨씬 가볍고 멋지게 만들어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