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에 숨겨진 ‘콘크리트 유니버스’ 세계관

14분짜리 단편영화에서 6회 분량의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 <몸값>에는 숨겨진 세계관이 있다.

지난 10월 28일 3개의 에피소드를 공개한 후 OTT 통합 차트 1위에 오른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몸값>은 이충현 감독이 2015년 연출한 동명의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이다. 단 14분 안에 예상치 못한 반전과 강렬한 주제의식을 담아낸 원작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당시 뛰어난 연출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주목받았던 작품.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단편상, 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전우성 감독의 손에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 <몸값>은 재난 상황이라는 설정을 더해,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경매사 박주영 역의 전종서와 원조교제를 시도하는 경찰 노형수 역의 진선규가 펼치는 연기 대결이 백미다. 여기에 원작에서 쓰인 원테이크 촬영 기법을 살려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진선규 역시 제작발표회에서 “오랜 공을 들여 가장 좋은 연기를 찾아내는 원테이크로 찍어 나간다는 게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밝혔다.

원작과 달리 <몸값>에 ‘지진’이라는 재난 요소가 추가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지진 이후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 ‘콘크리트 유니버스’ 세계관에 뿌리를 두기 때문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같은 세계관을 함께 공유한다.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이 출연하는 재난 스릴러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마동석 주연의 디스토피아 액션 영화 <황야>,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드라마 <콘크리트 마켓>, 무너져내린 학교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유쾌한 왕따> 등이 포함돼 있다. <몸값>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펼쳐질 콘크리트 유니버스를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클래이맥스 스튜디오’의 한국형 실사 유니버스가 구축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