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옷에나 분위기 확 살리는 스니커즈, JFK 주니어가 애용한 이 신발
남성 패션 마니아의 무드보드에 늘 올라 있는 레전드, 존 F 케네디 주니어. 완벽하게 재단된 수트부터 뒤로 눌러쓴 캡까지, 뭘 하든 그냥 멋있어 보였다. 화제의 중심에서 사라진 적 없는 그이지만, 최근 드라마 ‘러브 스토리’ 덕분에 다시 전 세계 단톡방이 들썩이고 있다. 그가 자주 신었던 에어맥스 93이 덩달아 화제다.
JFK 주니어의 스니커즈 취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특히 한 모델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는 진짜 나이키 에어맥스 93의 팬이었다. 1993년 한가운데 출시된 에어맥스 93은 전설적인 나이키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가 만든 모델이다. 비저블 에어 쿠셔닝은 그때도 이미 새로운 기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에어맥스 93은 이를 한 단계 더 밀어붙였다. 힐을 270도로 감싸는 에어 유닛을 적용한 최초의 스우시 스니커였다. 에어 버블은 더 크고, 더 대담하고, 더 건축적인 형태로 보였다. 출시 당시 ‘더스티 캑터스’, ‘플레임 레드’, ‘브라이트 시트러스’ 같은 강렬한 컬러 조합으로 나왔는데, JFK 주니어가 신은 것은 ‘브라이트 시트러스’였다.
출시 직후, 그는 뉴잉글랜드에서 회색 스웨터와 블랙 니트 머플러, 카키 팬츠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신고 있던 나이키 에어맥스 93이 소소한 화제가 되었다. 1년 뒤에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헤어밴드와 러닝 쇼츠 차림으로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때쯤 신발의 상태는 완전히 삭은 수준이었다. 주름이 가고, 색이 바래고, 제대로 삶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그는 신발을 상자에 넣어 보관하지 않았다. 완전히 닳아 없어질 때까지 신었다.
에어맥스 93은 에어맥스 95나 에어맥스 97처럼 폭발적인 하이프를 누리진 못했다. 더 크고, 더 과감한 후속작들에 가려졌다. 하지만 30년이 넘은 지금도 스니커헤드들은 여전히 이 모델에 집착한다.
“처음 에어맥스 93을 본 건 어릴 때였어요.” 베이프 UK의 시니어 오퍼레이션 매니저 윌은 말한다. “그 시절엔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안전하고 단순했죠. 그런데 나이키가 93을 들고 나타났어요. 디자인이 즉각적으로 눈에 띄었어요. 에어 버블이 바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오리지널 컬러웨이는 제 일상 옷장과도 잘 어울렸죠.”
그게 바로 이 모델의 마법이다. 기술적이긴 하지만 위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쇼츠와도 잘 어울리고, 청바지와도 잘 어울리고, 사실 거의 모든 것과 잘 어울린다.
에어 유닛만이 에어맥스 93을 기억하게 만든 건 아니다. 나이키의 깊은 역사를 다루는 계정을 운영하는 리누스는 이렇게 말한다. “제 생각에 93은 가장 ‘숨은’ 아이코닉 에어맥스 모델 중 하나예요. 네오프렌 부트 라이너는 특히 인상적이었죠. 다른 상징적인 에어맥스 모델에는 거의 없는 요소니까요. 그리고 ‘버스트’ 아웃솔, 높은 힐 컵이 적용된 툴링은 보기만 해도 지지력 있고 안정적으로 느껴져요. 덜 유명하기 때문에 더 오래 공명하는 거죠. 사람들을 더 갈망하게 만들어요.” 한마디로, 아는 사람만 아는 모델이다.
팟캐스트 더 스톡룸 공동 창립자 에만에게 이 신발의 매력은 언제나 ‘개성’에 있었다. “어릴 때 에어맥스 93을 보고 완전히 매료됐어요. 실루엣이 정말 흥미로웠거든요. 다른 어떤 에어맥스와도 닮지 않았죠. 저는 뭔가 다른 걸 원했어요.” 그의 첫 번째 페어는 ‘트리플 블랙’이었다. 그는 그 신발을 신고 출근했다. 사이즈를 약간 크게 샀고, 인솔을 넣고, 끈도 바꿨다. 그 정도면 진짜 애정이다.
이 ‘다른 것을 원한다’는 흐름은 에어맥스 93의 역사 전반을 관통한다. 혁신적이었지만, 출시 시점이 묘했다. 2년 뒤에는 공격적인 그라데이션 어퍼와 전족부 에어를 내세운 전설적인 에어맥스 95가 등장했고, 이어 전장 에어 버블을 장착한 에어맥스 97이 나왔다. 두 모델 모두 시대를 정의했다. 그 사이에 낀 93은 조용히 컬트적 지위를 얻었다. 그래서 JFK 주니어가 이 모델을 신었다는 사실이 더 멋지게 느껴진다.
그는 완전히 프레피 스타일로 갈 수도 있었다. 로퍼와 가죽 구두만 신을 수도 있었다. 대신 그는 거대한 에어 유닛이 달린 퍼포먼스 러너를 선택했고, 어디에나 신었다. 캠페인을 위해서도, 과시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에어 후아라치 트라이액스, 심지어 에어 조던 6 같은 다른 나이키 모델도 신었다. 하지만 에어맥스 93은 분명 남다른 지속력을 가졌다.
에어맥스 93은 2018년 에어맥스 데이를 맞아 25주년을 기념하며 한 차례 복각됐다. 이후로도 간헐적으로 다시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된 레트로 런이 다시 나올 시점이 됐다.
하지만 설령 나이키가 다시 대량으로 풀지 않더라도, 93은 구원이 필요 없다. 이미 굳건히 자리 잡았다. 다만 1990년대 가장 많이 사진에 찍힌 남자 중 한 명이 신발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계속 신고 다녔다는 사실이 그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