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자국’ 때문에 의회 출입 거부당한 여성 의원

케냐 수도 나이로비 의회에 여성 상원 의원 글로리아 오워바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의회 출석을 거부당했죠. 이유는 ‘복장 규정 위반’입니다. 오워바 의원이 입은 옷에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요? 10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워바 의원은 화이트 수트에 그린 셔츠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심플한 옷차림이었지만,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죠. 그녀의 팬츠에 월경혈로 보이도록 연출한 붉은 자국이 있었던 겁니다.  이를 본 […]

케냐 수도 나이로비 의회에 여성 상원 의원 글로리아 오워바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의회 출석을 거부당했죠. 이유는 ‘복장 규정 위반’입니다. 오워바 의원이 입은 옷에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요?

10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워바 의원은 화이트 수트에 그린 셔츠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심플한 옷차림이었지만,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죠. 그녀의 팬츠에 월경혈로 보이도록 연출한 붉은 자국이 있었던 겁니다. 

이를 본 의회 측은 ‘복장 규정 위반’을 이유로 그녀의 의회 출입을 거부했습니다. 외신은 월경을 부끄럽게 여기는 아프리카 특유의 거부감이 반영된 사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너무 외설적이다”라며 오워바 의원을 향해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워바 의원이 이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2019년 케냐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 때문이죠. 당시 학교에서 첫 월경을 경험한 14세 소녀의 옷에 월경혈이 묻자, 이를 본 교사가 ‘더럽다’고 비난하며 교실에서 내쫓았습니다. 수치심에 휩싸인 소녀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죠. 소녀의 어머니는 “첫 월경이라 생리대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오열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오워바 의원은 아프리카 내 월경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지우기 위해 나섰습니다. 그녀는 “월경혈을 흘리고, 남에게 보이는 것은 결코 범죄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죠.

특히 오워바 의원은 여성의 ‘월경권’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월경권은 모든 여성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월경이 혐오나 차별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되며, 월경을 죄악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타파하자는 개념도 포함되죠. 

오워바 의원은 케냐 전역의 여학생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는 “월경권 보장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10대 아들에게도 월경 중인 여학생에게 수치심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여성들은 과감하고 뻔뻔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