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데님이 궁금하다면, 와이/프로젝트를 보라
와이/프로젝트의 2023 F/W 컬렉션은 글렌 마르탱이 데님 소재에 얼마나 ‘정통’한지, 그 노련함을 느낄 수 있는 쇼였습니다. 팝한 바이브와 섹슈얼한 에너지가 가득하던 디젤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로 데님 소재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볼륨감 있는 실루엣을 중심으로 자수, 레이어드, 해진 텍스처, 왜곡, 해체주의의 맥을 잇는 디테일과 장 폴 고티에와의 협업이 떠오르는 프린트 룩까지! 하나의 소재로 여러 레시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데님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우리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했죠. 지난 몇 시즌 전성기를 누린 데님의 다음 단계를 상상할 수 있었던 글렌 마르탱의 컬렉션, 그중 올해 우리가 염두에 두면 좋을 법한 데님 실루엣을 꼽아보았습니다.
디젤 컬렉션에서 데님의 짝꿍은 실키한 시어 소재였습니다. 반면 와이/프로젝트 컬렉션에서 데님의 짝은 늘어지고 해진 실밥 자수였죠. 포멀한 블레이저, 울 코트, 터틀넥, 보디 콘셔스 드레스 등 장르 불문 다양한 아이템에 이 자수 디테일을 활용했습니다. 그중 데님 진에 입체적으로 표현된 자수 디테일은 단조로운 아이템으로 맥시멀한 실루엣을 만들어낸 비결! 청바지 실루엣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습니다.
글렌 마르탱이 꾸준히 즐기는 더블 웨이스트 스타일입니다. 데님에 데님뿐 아니라 수트 팬츠에 화이트 진을 겹치는 등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왔는데요. 이번 컬렉션에서는 측면에 스터드를 붙인 트랙 팬츠와 함께 더 가볍고 스타일리시한 룩을 제안했습니다.
팬츠 위에 스커트 스타일링을 더블 데님으로 소화했습니다. 올해도 Y2K 트렌드가 별 탈 없이 순항한다면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룩이죠. 데님의 묵직한 매력을 드러내기에 이만한 스타일링도 없겠군요.
진청, 연청, 중청을 따져보기 전에 블랙 데님에 눈을 돌려야 할 때! 적당히 워싱된 블랙 데님으로 완성한 두툼한 실루엣은 어딘가 엄숙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자수 디테일이 들어간 토털 데님 룩은 적당히 스트리트풍이면서도 테일러링의 멋이 살아 있군요.
퍼즐 맞추기처럼 데님을 조각조각 해체한 뒤 다시 이어 붙인 듯한 글렌 마르탱 특유의 실루엣은 이번 컬렉션에서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V자 형태로 하체를 부각한 데님 실루엣은 더블 웨이스트 스타일링만큼 안 나오면 섭섭한 셰이프의 하나죠. 이번 시즌에는 데님 안감을 드러내거나 서로 다른 컬러의 데님을 함께 매치해 이를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데님 점프수트를 오려 만든 듯한 싸이하이 데님 부츠도 인상적이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