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콜드웰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시티팝의 대가이자, 투팍이 샘플링한 노래의 주인공.
바비 콜드웰(Bobby Caldwell)이 향년 71세로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외신은 그가 오랜 투병 끝에 뉴저지주 그레이트 메도즈의 자택에서 아내의 품에 안긴 채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음악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의 이름을 정확히 모를지라도, 시티팝이나 소울, 알앤비를 사랑하는 이라면 역시 그의 음악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쩌면 바비는 그의 얼굴,이름보다 시대를 앞서간 음악으로 꾸준히 사랑 받으며 후세에 더 잘 알려진 뮤지션이니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밥 말리와 친하게 지냈던 그는 레게부터 재즈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흡수하고,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며 10대 시절을 보냈다. 1970년대 초, 리틀 리처드의 기 리스트로 음악 세계에 발을 들인 그는 1978년에 비로소 솔로 앨범을 낸다. 발매된 지 50년이 되어가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곡, ‘What You Won’t Do for Love’로 빌보드 핫 100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세간에서는 그가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고 한다.(이 노래는 이후 투팍(2pac)에 의해 샘플링 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콜드웰이 데뷔 당시 소속 되어 있었던 첫 레이블, TK레이블은 이후 내려했던 다음 앨범의 커버에 얼굴 사진을 넣지 않으려 했다. 당시 알앤비,소울 장르에서는 소위 ‘아메리칸 아프리칸’이 정석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바비는 그 기대에서 어긋나는 뿌리 없는 백인이었고, 이 사실은 오히려 팬들의 반감을 살 거라고 우려했기 때문.
What You Won’t Do for Love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비는 1980년에 발매한 앨범 커버에 금색 수염과 머리칼, 하얀 피부가 도드라지는 본인의 얼굴 사진을 넣었다. 근사한 블랙 턱시도를 입고서. 그를 흑인으로 상상해왔던 팬들은 다소 경악했지만, 콜드웰이 만든 새로운 음악을 듣고서는 이내 빠져들수 밖에 없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도드라지는 관악기 소리. 어디에도 없던 음악이 마음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그가 그 당시 발매한 노래 제목은 ‘Open your eyes’였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 했으며, 커먼(Common)이 샘플링해 ‘The light’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존 레전드(John Legend)가 리메이크 해서 더 유명해지기도 한 이 노래는 열려있는 관점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메세지를 노래하는듯 하다. “Let me show you the light. You may never find a love that’s right”(당신이 맞다고만 생각해서는 절대 찾을 수 없을거야. 불빛을 보게 해줄게, 그래 맞아) 마치 바비의 피부색을 보고 판단하려는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 낸 이상적인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음악과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려던 메세지일지도 모르겠다.
Open Your Eyes
그렇게 얼굴을 전면에 공개한 이후에도, 바비는 때에 따라 다양한 커버를 선보였다. 어쩌면 세간의 반응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음악에 집중하고자 했던 그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사진으로. 꾸준히 행보를 이어갔던 바비. 그의 앨범은 미국만큼이나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받게 되었고, 일본의 시티팝 부흥과 함께 더 큰 인기를 얻게 된다. 그는 ‘King of AOR’로 불리며 1992년, ‘일본 레코드 대상 (Japan Record Awards)’에서 ‘베스트 해외 아티스트상(Best Foreign Artist)’을 수상한다. 매년 일본 레코드 작곡가협회에서 주최하는 이 시상식은 일본의 수많은 시상식 중에서도 여전히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다. 일본 아티스트 외에 해외 아티스트가 수상하는 경우는 매년 1팀 정도로 극히 드물다. 더군다나 90년대에 해외 아티스트가 수상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이례적인 일.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My Flame
그의 노래는 올드스쿨 힙합이 재조명 받던 2010년대, 그리고 AOR이 재조명 받던 2010년대 후반, 2020년대 초반에 들어 재조명 받고 있기도 하다. ‘My Flame’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가 ‘Sky’s The Limit’라는 곡에서 샘플링하여 사용한 곡이다. 발매 당시 듣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의 트랙들이 익숙한 이유는 다 그러한 이유에서다. 특정 장르로 한정 짓기 어려운, 특색있는 보컬과 악기가 만들어 낸 그루브는 색깔과 이름을 따지기 전에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장르를 불문하고 전세계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줬고, 그 상호작용은 돌고 돌아 또 다시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가 힙합부터 AOR, 재즈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이유, 인종과 장르, 시대의 경계를 허무는 힘을 가진 음악, 우리는 바비 콜드웰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